혼돈스럽고 자기참조적인 암호화폐 세계에서, 진정한 외부의 인정을 받는 순간은 드물며 그만큼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이러한 순간들은 기술이 소수만의 실험에서 전 세계적 핵심 인프라로 전환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작용합니다. 최근 체인링크(Chainlink)와 파이쓰 네트워크(Pyth Network)—블록체인 오라클 분야의 양대 산맥—가 미국 상무부와 각각 협력 관계를 체결했다는 발표는, 지금까지 주요 이정표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파트너십 발표가 아닙니다. 오랜 기간 허가 없이 운영되어온 탈중앙화금융(DeFi) 분야와 제도권 중심의, 규제를 받는 전통 기관 세력 간의 깊은 간극을 넘는 '악수'입니다. 경제 성장과 기술 경쟁력 제고를 임무로 하는 미국 정부 부처가 DeFi를 움직이는 데이터 파이프와 공식적으로 접점을 맺었다는 사실은, 이 분야 내러티브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예전에는 오직 크립토 생태계에만 머물던 오라클이라는 개념이 이제는 다음 세대 데이터 및 금융 인프라의 근간으로 재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일까요? 이러한 융합이 크립토와 기존 시스템 모두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왜 미국 정부는 체인링크와 파이쓰라는 서로 다른 철학과 구조를 가진 두 프로젝트를 동시에 선택한 것일까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따라가다 보면, 오라클 섹터의 성숙과 함께 두 거대 프로젝트가 어떻게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며 동시에 하나의 중요한 무대에 오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는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전혀 다른 두 가지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제 이 두 방법 모두 세계 최강 경제 대국이 외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융합의 시대 - 왜 워싱턴은 오라클이 필요하고, 오라클은 워싱턴이 필요한가
크립토 프로젝트와 정부 기관이 협업하는 것은 양방향의 흐름에서 비롯된 상호보완적 필요의 만남입니다.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양측의 동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워싱턴 관점: 미래 지향적인 데이터 경제 구축
미국 상무부, 특히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같은 산하 기관들은 기술 혁신과 미국 경제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표준을 설정하는 임무를 오랫동안 수행해왔습니다. 과거에는 단위와 계량, 초기 인터넷의 프로토콜 표준화가 주요 업무였으나 이제 그 역할은 분산원장기술(DLT)의 급부상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관심사는 오라클 토큰의 가격에 대한 투기가 아니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변조가 불가능한 데이터 전달 방식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표준화하는 데 있습니다. 정부가 주목하는 주요 요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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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데이터 패러다임의 표준화: 현대 경제는 데이터에 의해 움직입니다. 금융, 공급망, 보험, 기후과학 등 거의 모든 분야가 정밀하고 시의적절한 데이터 흐름에 의존합니다. 이들 산업이 블록체인을 통한 효율성과 투명성 확보에 관심을 가지면서, 실제 데이터를 온체인으로 안전하게 가져오는 방법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술 의제가 되었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농업 보험을 자동화하려면 현지 강수량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게 받아야 하며, 토큰화된 미국 국채 역시 정확한 금리 정보를 받아야 합니다. 오라클이 바로 그 해답입니다. 상무부는 이 기술을 이해하여 미래 표준에 기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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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우위 유지: 지정학적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핵심 기술 확보는 미래 패권의 핵심입니다. 블록체인과 웹3(Web3)는 새로운 프론티어입니다. 체인링크, 파이쓰 등 선도적 인프라 제공 업체와 직접 교류함으로써 미국은 개발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아키텍처를 직접 이해하고, 자국 혁신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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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관리 및 국가 안보: 토큰화 자산 및 온체인 금융 상품이 시스템적으로 커질수록 이를 구동하는 오라클의 신뢰성은 금융안정성의 근간이 됩니다. 부정확한 오라클은 DeFi 프로토콜에서 연쇄 청산 사태를 야기할 수 있으며, 향후 주식이나 상품과 같은 토큰화 시장에도 심각한 파장을 줄 수 있습니다. 정부 기관들은 이러한 핵심 인프라의 장애 형태, 보안 구조, 잠재적 취약점을 철저히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 협업은 정부가 글로벌 경제 기계의 필수 부품이 되어가고 있는 기술에 대한 사전 검증이자 선제적 대비입니다.
오라클 관점: 궁극적 신뢰의 증표
체인링크와 파이쓰에게 이번 협업은 즉각적이고 실질적입니다. 이는 이들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리스크 해소' 이벤트이자, 강력한 신뢰 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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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불가한 공식 인증: 미국 상무부와의 공식적 협업은 부정할 수 없는 신뢰의 증명입니다. 이는 "암호화 프로젝트"를 넘어 진지한 엔터프라이즈 급 기술 제공업체로의 위상을 상향시켜줍니다. 전통 금융(TradFi), 보험, 기타 규제 강한 산업의 대형 기관에 접근할 때, 이와 같은 신뢰성은 그 어떤 마케팅보다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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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dFi와의 간극 해소: "기관 DeFi"와 실물자산 토큰화(RWA)의 꿈은 오랜 기간 크립토가 규제 없는 '와일드 웨스트'라는 이미지 때문에 지연되어 왔습니다. 이번 협업은 그 인식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이제 월가 은행, 연기금, 글로벌 물류 기업 등도 이 기술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며, 혁신을 모색하는 임원들에게 정책적 '덮개' 역할을 하여 도입에 따르는 커리어 리스크를 현저히 낮추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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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미래를 함께 설계: 정부 기관과 직접 협력함으로써 오라클 네트워크들은 단순히 미래 규제의 피대상이 아니라, 규제 설계 논의의 주체로 발돋움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정책 입안자에게 기술의 견고함을 알리고, 정보에 입각한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규제 프레임을 함께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 전략적 협업은 대중의 인식과 시장의 평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전환점이며, 이제 오라클 문제는 단순히 '해결 중'이 아니라 제도권에서도 받아들일 만큼 성숙했다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두 오라클의 이야기 - 철학은 다르고 목표는 같다
이번 이니셔티브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미국 상무부가 체인링크와 파이쓰 양측 모두와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두 프로젝트는 오라클 문제에 있어 근본적으로 상이하지만 모두 유효한 철학적·구조적 접근을 대표합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곧 오라클 섹터 전체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체인링크: 탈중앙, 바닥부터 성장한 거인
2017년에 출시된 체인링크는 오라클 분야의 원조이자, 거의 모든 측면에서 부동의 시장 점유율 1위입니다. 그 역사와 설계 철학은 크립토의 근본 정신, 즉 급진적이고 바닥부터 쌓아가는 탈중앙화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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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텍처 모델: 체인링크의 핵심은 탈중앙화된 제3자 노드 운영자 네트워크입니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특정 데이터(예: ETH/USD 환율 등)가 필요하면, 체인링크 네트워크에 요청을 보냅니다. 독립적이고 지리적으로 분산된 다양한 노드 운영자들이 블룸버그, 로이터, 카이코와 같은 프리미엄 데이터 집계업체에서 동일한 정보를 가져옵니다. 이를 온체인에 리포트하면, 값들이 하나의 신뢰 가능한 답으로 집계되고, 극단값은 제거됩니다. 각 노드는 LINK 토큰을 스테이킹함으로써 정직성과 신뢰성을 경제적으로 보장받으며, 악의적/오류 노드는 스테이킹을 소각 당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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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연혁 및 철학: 체인링크의 성장 전략은 꼼꼼하고 치밀했습니다. 최초 DeFi의 거의 모든 유망 프로젝트와 통합되며 크립토 업계의 '곡괭이와 삽'을 제공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신뢰는 단일 주체가 아니라, 대규모로 경제적 담보가 이루어진 투명한 탈중앙 네트워크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다는 철학입니다. 즉, 네트워크 자체가 곧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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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십 생태계: 체인링크의 협력사 목록은 바닥에서부터 쌓아온 네트워크 효과의 집대성입니다. 크립토 네이티브 dApp, L1 및 L2 체인들과의 통합에서 출발하여, 이후 SWIFT(국제 은행 간 메시징), DTCC(세계 최대 증권 결제 시스템), 주요 클라우드 제공업체 등 대형 엔터프라이즈 협력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미국 정부와의 협력은 무허가 분산 생태계에서 글로벌 제도권 정점까지 진출한 결과물입니다. '바깥에서 안으로' 성장한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파이쓰 네트워크: 고빈도, 탑다운 도전자
파이쓰는 체인링크와 전혀 다른 환경, 즉 고빈도 트레이딩(HFT)과 전통 금융권에서 시작된 후발주자입니다. Jump Crypto가 인큐베이팅하였으며, 빠른 현대 금융시장에 최적화된 오라클로서 최초 Solana의 고성능 블록체인에 구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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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텍처 모델: 파이쓰는 퍼스트 파티 퍼블리셔 모델이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을 적용합니다. 제3자 노드 대신, 전 세계 주요 금융기관(거래소 Cboe/Lmax, 트레이딩 기업 Jane Street/Virtu Financial, HFT 관련사 등 100곳 이상)을 직접 데이터 제공자로 온보딩했습니다. 이들은 자사의 독점 가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Pythnet이라는 전문 앱체인에 직접 게시하며, 온체인 집계 후 연결된 어느 블록체인에서도 사용자는 잠재적으로 데이터 최신값을 '풀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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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연혁 및 철학: 파이쓰의 철학은 전문성과 평판에 기초합니다. 금융 데이터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출처는 해당 자산을 실제 발행·거래하는 주체라는 관점입니다. 주식의 실제 가격을 거래소나 주요 마켓메이커만큼 신뢰 있게 알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논리입니다. 파이쓰는 제공자들의 검증 가능한 품질, 명성에 신뢰를 둡니다. 속도와 정확도, 그리고 HFT 시장 출신답게 저지연성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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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십 생태계: 파이쓰의 전략은 체인링크와 정반대였습니다. '탑다운'으로 출발해 월가 및 기관 데이터 제공자 우군부터 공고히 다졌고, 이후 뛰어난 데이터 품질을 무기로 다수 블록체인의 DeFi 거래소/솔루션으로 확장했습니다. 미국 정부와의 협력 역시 세계 최고 명성 기관들과 직접 일해온 그 전략의 자연 연장선입니다. '안에서 밖으로' 성장한 여정입니다.
두 길, 같은 테이블 - 이중 참여가 의미하는 바
상무부가 체인링크, 파이쓰 모두와 협력하는 것은 심층적 기술 검증 전략입니다. 오라클 시장이 단일 패러다임이 아니라 다양한 구조·철학이 공존함을 꿰뚫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단순 "승자"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시장과 주요 아키텍처 패턴을 분석하려는 것입니다.
체인링크는 탈중앙화 데이터 집계 모델을 대표합니다. 특정 데이터 출처(퍼스트 파티)가 없는 경우에도(기상, 스포츠, 복잡 금융 상품 등) 다양한 케이스에 신뢰성 있고 검열저항적인 정보를 공급하는 데 강점이 있어 '공공 진실 인프라'라 할 수 있습니다.
파이쓰는 퍼스트 파티 퍼블리셔 모델을 대표합니다. 초고속, 고정밀 데이터(특히 HFT 시장 데이터)에 특화되었으며, 현대 금융 시장의 전용 고성능 툴로 평가받습니다.
정부가 두 곳 모두를 파트너로 삼음으로써, 다음과 같은 현장 비교가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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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크립토경제적 보안 네트워크의 회복탄력성 vs. 평판 있는 중앙적 소스의 검증 가능 정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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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응답’ 모델의 비용과 지연 vs. ‘온디맨드 풀링’의 효율성과 실시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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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부터 쌓는 시스템의 보안 가정 vs. 상위기관 신뢰 기반 구조
이중 참여는 시장 전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이 업계는 단일 해법을 넘어서, 경쟁력 있는 다양한 고품질 솔루션이 존재하는 건강한 기술 생태계임이 증명된 셈입니다. 이는 기관과 정부의 진입이 더욱 안전하고 흥미로운 공간임을 가리킵니다.
결론: 새로운 현실로의 루비콘 강 건너기
체인링크, 파이쓰와 미국 상무부의 협력은 암호화폐 업계에 있어 진정한 ‘루비콘 강을 건너는 순간’입니다. 이는 업계의 고립적이고 때때로 적대적이었던 과거와 결별하고, 전 세계 경제를 형성하는 핵심 제도들과 통합·협력의 미래로 한 발 더 나아간 것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 상징이 아닙니다. 이는 촉매제입니다. 트래드파이(전통금융)의 대규모 도입에 정치적·제도적 '방풍'을 제공하며, 크립토 인프라의 내러티브 자체를 '위험한 베팅'에서 '전략적 필수요소'로 재정의합니다. 동시에 체인링크와 파이쓰 커뮤니티가 지난 수년간 쌓아 온 노력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주는 사건입니다. 상이한 방식의 솔루션 역시 각자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합니다.
오라클의 미래는 '승자독식'이 아닌 '멀티 오라클' 시대입니다. 각기 다른 용도의 애플리케이션이 네트워크 구조와 신뢰모델에 따라 최적의 데이터 공급자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탈중앙 보험 플랫폼은 체인링크의 견고한 네트워크로 기상 데이터를 검증하고, 고성능 L2의 고빈도 파생상품 거래소는 파이쓰의 저지연 가격 피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에서의 악수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탈중앙 오라클이 단순 DeFi 부품을 넘어서, 전 세계의 핵심 데이터 인프라로서 인정받고, 디지털과 물리 세계를 암호학적 진실로 잇는 표준 요소로 자리잡는 새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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