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최근 두 번의 거시적 암호화폐 사이클 동안 블록체인과 인공지능의 융합은 인프라 중심의 서사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기관 시장은 주로 탈중앙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DePIN)를 통한 분산 GPU 컴퓨팅 오케스트레이션, 프라이버시 강화 알고리즘 추론을 위한 Zero-Knowledge Machine Learning(zkML), 그리고 기초적인 데이터 수익화 마켓플레이스에 투자해 왔습니다. 그러나 2026년 1분기에 접어들면서 기술 및 경제 패러다임은 **에이전트 기반 상거래(Agentic Commerce)**와 **에이전트 기반 금융(AgentFi)**로 극적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이제 자율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챗 인터페이스에 국한된 수동형 LLM에서 벗어나, 고유한 암호화 지갑을 보유하고 트랜잭션을 실행하며, 복잡한 탈중앙 금융(DeFi)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독립적으로 배포·감사·업그레이드하는 독립 경제 주체로 진화했습니다.
그러나 수조 달러 규모의 "머신 이코노미"가 글로벌 확장을 시도하면서 **신뢰의 격차(Trust Gap)**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합니다.
수억 달러의 TVL을 관리하는 엔터프라이즈급 AI 에이전트가 조직의 경계를 넘어 전문 스마트 컨트랙트 감사를 수행할 타 에이전트를 고용해야 할 때, 수학적 역량, 신원, 신뢰성은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중앙화된 Web2 중개자 없이 이 모든 검증을 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ERC-8004: 신뢰 없는 에이전트(Trustless Agents)**가 등장합니다. 2026년 1월 29일 이더리움 메인넷에 공식 배포된 ERC-8004는 탈중앙화 공개키 인프라(PKI), 휴대 가능한 불변 신뢰도 시스템, 그리고 자율 머신에 특화된 암호화 실행 검증을 도입하는 애플리케이션 레이어 표준입니다.
이 보고서는 ERC-8004의 아키텍처, 개발 현황, 이더리움의 사용자 경험(UX) 패러다임 전환, 그리고 30여 개 이상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에이전트 생태계 지도를 체계적으로 다룹니다.
1부: 머신 이코노미가 왜 'Trustware'를 요구하는가
ERC-8004의 필요성과 규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개 인터넷이라는 '다크 포레스트'에서 자율 디지털 머신의 본질과 한계, 목표에 대한 사고 실험이 필요합니다.
수백만 개의 AI 에이전트가 웹을 자율적으로 이동하며, 15개 이상의 Layer-2 DeFi 프로토콜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Web2 뱅킹 API와 상호작용하며, DAO를 결성해 MEV 차익을 추구하는 복잡한 워크플로우를 수행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이런 환경에서 에이전트들이 자신의 신원, 신뢰도, 기록을 어디에 저장할 것인가가 핵심 질문입니다.
AI 에이전트 또는 개발자가 자신들의 정체성, 신뢰점수, 트랜잭션 이력을 Google API, OpenAI 데이터베이스, 중앙 서버에 맡길 수 있을까요? 정책 변화, 서버 장애, 규제 압력에 의해 정보가 소리소문없이 지워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해답은 명확합니다. 에이전트는 오직 자신만의 생존과 임무에 충실하기 때문에, 누구도 조작할 수 없는 원장을 원합니다. 이더리움(Ethereum)과 EVM 생태계가 그 답입니다.
Web2 에이전트 프로토콜의 한계
ERC-8004 등장 전, 업계는 A2A(Agent-to-Agent) 프로토콜이나 Anthropic MCP와 같은 언어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API 요청, 논리적 인텐트, 툴 사용 표준화에 도움을 줬으나, 언어와 통신만으로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적대적 환경에서 안전한 거래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머신은 거래 전 반드시 세 가지를 수학적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 신원(시빌 문제): 상대가 검증된 에이전트인지, 악의적 복제 에이전트인지?
- 신뢰도(환각 문제): 역사적으로 성공적이고 오류 없이 실행해 왔는지?
- 검증(신뢰 검증): 명시된 작업을 정확히 수행했는지 암호화로 증명 가능한지?
ERC-8004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Trustware의 시대를 여는 표준입니다. 이더리움과 L2 롤업은 단순 스마트 컨트랙트 실행 환경에서, 머신을 위한 불변 글로벌 메모리 뱅크로 진화합니다.
2부: ERC-8004 아키텍처 해부
많은 투자자들이 ERC-8004가 ERC-20과 같은 토큰 표준이거나 거래 가능한 코인으로 오해하지만, ERC-8004는 토큰이 아닙니다.
ERC-8004는 세 가지 스마트 컨트랙트 레지스트리로 구성된 온체인 프로토콜로, 무거운 로직은 오프체인에 남기고 EVM은 검증의 최종 심판자 역할만 합니다.
A. 신원 레지스트리(PKI & 에이전트 탐색)
신원 레지스트리는 각 에이전트에 검열 저항성을 지닌 고유 NFT(ERC-721)를 부여하며, 오프체인 JSON 문서(Agent Registration File)에 능력, 엔드포인트, 운영 네트워크 정보가 저장됩니다.
- agentWallet 보안: 이 메타데이터는 지갑 주소를 암호화로 증명하도록 하여, 도메인 해킹에도 자산과 권한을 안전하게 지킵니다. 신원 NFT는 완전히 양도 가능해, 실적 있는 에이전트는 2차 시장에 매각될 수 있습니다.
B. 신뢰도 레지스트리(불변 감사 내역)
신원 레지스트리가 여권이라면, 신뢰도 레지스트리는 불변 신용점수입니다. 피드백은 온체인에 압축된 숫자 신호로 저장되고, 오프체인 URI에는 자세한 작업 내역, 영수증, LLM 버전 정보가 담길 수 있습니다.
- Sybil 공격 방지: 오프체인 집계자들은 반드시 암호화 결제 증명(x402 프로토콜 등)과 함께 피드백을 제출해야 하므로, 허위 리뷰를 차단합니다.
C. 검증 레지스트리(실행 증명)
신뢰도 레지스트리가 주관적 피드백을 다룬다면, 검증 레지스트리는 고가치 금융 작업의 수학적 실행 증명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 zkML/TEE/EigenLayer 등 다양한 신뢰 모델을 지원하여, 에이전트의 작업 수행을 암호화로 검증합니다.
3부: 개발 현황 및 생태계(2026년 2월 기준)
ERC-8004는 가벼운 구조와 크로스체인 호환성 덕분에, 거의 모든 EVM 호환 네트워크 메인넷·테스트넷에 배포되었습니다.
- 이더리움 L1: 대형 기관 에이전트 및 대규모 TVL 관리용 기준점 역할
- Base, Arbitrum 등 L2: 대다수 소비자용 에이전트가 초저렴 수수료로 운영
- Monad, MegaETH 등 차세대 EVM: 고빈도 시장 조성에 최적화
- 8004.org와 8004scan 등 생태계 도구들이 빠르게 통합 중입니다.
4부: ERC-8004와 이더리움 UX의 전환
기존에는 사용자가 직접 토큰 승인, 슬리피지, 브리지, 가스비, 주소 확인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습니다. ERC-8004 도입 후에는 인텐트 중심 UX와 B2A2A 네트워크 시대로 진입합니다.
1. '보이지 않는 스마트 컨트랙트' 패러다임
앞으로 사용자는 자연어로 "5,000 USDC를 가장 높은 수익의 EVM 체인으로 옮기고, 위험은 2% 이하로 제한"과 같이 인텐트만 제시하면, 퍼스널 마스터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최적 경로를 찾아 실행합니다.
2. 신뢰 없는 A2A 협업 네트워크
퍼스널 에이전트는 ERC-8004 레지스트리에서 검증된 "수익 라우팅 에이전트", "스마트 컨트랙트 감사 에이전트"를 찾고, 신뢰도와 검증 내역을 조회해, 마이크로 결제를 통해 작업을 위임합니다. 작업 완료 후 피드백이 신뢰도 레지스트리에 기록됩니다.
3. '트랜잭션 서명'에서 '결과 승인'으로
이제 사용자는 복잡한 트랜잭션 서명 대신, 요약된 결과만 확인하고 승인합니다. ERC-8004는 DeFi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춥니다.
5부: 인프라 및 도구 생태계 지도
ERC-8004는 자체 토큰이 없으므로, 기관 및 VC는 확장 네트워크, 결제·상호운용성, 도구 등 인프라에 주목합니다.
1. 스케일링 및 결제 네트워크
- Taiko, AltLayer: 에이전트 대량 등록/신뢰도 업데이트에 최적화
- ChaosChain: AI 에이전트의 불규칙 대량 부하에 특화
2.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 swarms, OpenServ: 여러 에이전트를 팀으로 묶어, 역할·신뢰도 검증을 자동화
- Khorus, Tascha: 엔터프라이즈용 대규모 에이전트 스케줄링 및 관리
3. 머신 결제 및 상호운용성
- PayAI, x402 Facilitator: 신뢰도 레지스트리와 결제 증명 통합, 마이크로 결제 허브
- AEON.XYZ: 저지연 크립토 결제 라우팅
4. 탈중앙 데이터·AI 엔진
- Talus Labs, Sahara AI 등: AI 데이터, 온체인 실행 증명, 에이전트용 고성능 체인 제공
6부: AI 에이전트 애플리케이션 계층
실제 DeFi, 예측시장, 서비스봇 등 다양한 AI 에이전트 앱이 등장하며, ERC-8004가 신뢰·가치 교환·협업의 허브 역할을 수행합니다.
1. 에이전트 런치패드 및 토큰화
- Virtuals Protocol: AI 에이전트 생성 및 토큰화, ERC-8004 통합을 통해 에이전트의 휴대 가능한 신뢰도 구축
- Daydreams.Systems: 창의적·서사형 에이전트의 불변 신원 유지
2. DeFi 수익·트레이딩 특화 에이전트
- Dexter AI, Zyfai 등: 불변 온체인 실적(예: 18개월간 평탄 수익률)과 검증 내역 공개로 신뢰 확보
3. 예측시장, 오라클, 데이터 인텔리전스
- PredictBase, Hubble AI: 웹 스크래핑, 뉴스 감정 분석, 온체인 예측시장에 데이터 제공 및 검증 수행
4. 소비자 서비스 및 커뮤니티 봇
- Cashie, HeyElsa, Mamo, ReplyCorp 등: 자동 고객 응대, 커뮤니티 관리, 데이터 프라이버시, 퍼포먼스가 신뢰도 레지스트리에 기록됨
7부: Agent Observability와 기관 투자 동향
ERC-8004 확산과 함께, 에이전트 모니터링/분석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 사례로 Dash0가 Series A에서 3,500만 달러를 유치, AI-SRE 코파일럿인 Agent0를 출시했습니다.
ERC-8004는 Web2의 사설 관측 플랫폼과 달리, 투명하고 암호화된 공개 원장을 제공합니다.
8부: 거래소 관점에서 본 시장 구조 변화
ERC-8004 기반 에이전트의 증가는 거래소와 청산소의 시장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꿉니다.
- 비인간 거래량의 지배: 2027년에는 75% 이상이 자율 에이전트 기반
- KYA(Know Your Agent): 거래소가 에이전트 신뢰도에 따라 API 한도, 레버리지 등을 자동 조정
- AIO(Agent Identity Offerings): 검증된 에이전트의 NFT 신원 및 실적을 바탕으로 2차 시장 거래
- 스마트 컨트랙트·집계자 위험 완화: ERC-8004 검증 훅 활용으로 악의적 에이전트 차단
결론: 에이전트 조정과 Trustware의 새 시대
ERC-20이 가치 이전을 표준화했다면, ERC-8004는 머신 신뢰와 협업을 표준화합니다. 이더리움과 L2를 기반으로, 에이전트들은 검증 가능한 신원·신뢰도·실행 증명을 바탕으로 안전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인프라, 결제, AgentFi 분야에 기회가 집중될 전망입니다.
에이전트 경제는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이미 메인넷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